안녕하세요, 우리노무법인 이수연 노무사입니다.
민법에서는 손해배상액을 예정할 수 있는 반면, 근로기준법에서는 손해배상액 예정을 금지하고 있는데요, 금번 칼럼에서는 ‘위약예정 금지’에 대하여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의의
민법 제398조 제1항에서는 채무불이행에 관한 손해배상액을 예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반면, 근로기준법 제20조에서는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 예정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민법 제398조(배상액의 예정) ①당사자는 채무불이행에 관한 손해배상액을 예정할 수 있다.
근로기준법 제20조(위약 예정의 금지) 사용자는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다.
근로기준법은 민법의 특별법 지위에 있으므로, 특별법인 근로기준법이 먼저 적용되는바, 근로계약에 대해서는 불이행에 대한 손해배상액을 예정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2. 취지
근로기준법에서 민법과 달리 특별히 근로계약의 불이행에 대하여 손해배상액 예정을 금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에 대해 판례는 “근로자의 근로계약 불이행을 이유로 사용자에게 어떤 손해가 어느 정도 발생하였는지를 묻지 않고 바로 일정 금액을 배상하도록 하는 약정을 미리 함으로써,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는 계속 근로를 강제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라는 판시한바 있습니다(대법원 2004. 4. 28. 선고 2001다53875 판결 등 참조).
아래에서는 판례에서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반환 등에 관한 약정 중 무효로 판단된 사례와 유효로 판단된 사례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3. 무효로 판단된 경우
(1) 소정금액 반환 약정
근로자가 약정근무기간 이전에 퇴직하는 등 위 약속을 위반하기만 하면 그로 인하여 사용자에게 어떤 손해가 어느 정도 발생하였는지 묻지 않고 바로 소정금액을 사용자에게 손해배상액으로 지급하기로 하는 것이라면 이는 명백히 구 근로기준법 제27조(현 제20조)가 금지하는 전형적인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해당하여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대법원 2008. 10. 23. 선고 2006다37274 판결 등 참조).
(2) 임금 반환 약정
그 약정이 미리 정한 근무 기간 이전에 퇴직하였다는 이유로 마땅히 근로자에게 지급되어야 할 임금을 반환하기로 하는 취지일 때에도, 결과적으로 위 조항의 입법 목적에 반하는 것이 어서 역시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대법원 2008. 10. 23. 선고 2006다37274 판결 등 참조).
(3) 연수비 반환 약정(실질이 근무인 경우)
직원의 해외연수여행의 주된 실질이 교육훈련이 아니라 출장업무를 수행한 것에 불과하여 이러한 해외 출장업무에 대하여 지급한 금품은 출장이라고 하는 특수한 근로의 대상으로서 일종의 임금에 해당하거나 또는 업무수행에 있어서의 필요불가결하게 지출할 것이 예정되어 있는 경비를 보전해 준 것에 불과하여 재직기간 의무근무 위반을 이유로 이를 반환하기로 하는 약정 또한 마찬가지로 무효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3. 10 .23. 선고 2003다7388 판결).
4. 유효로 판단된 경우
(1) 연수비 반환 약정(실질이 교육 훈련 또는 연수인 경우)
그 약정이 사용자가 근로자의 교육 훈련 또는 연수를 위한 비용을 우선 지출하고 근로자는 실제 지출된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상환하는 의무를 부담하기로 하되 장차 일정 기간 동안 근무하는 경우에는 그 상환 의무를 면제해 주기로 하는 취지인 경우에는, 그러한 약정의 필요성이 인정된다. 이때 주로 사용자의 업무상 필요와 이익을 위하여 원래 사용자가 부담하여야 할 성질의 비용을 지출한 것에 불과한 정도가 아니라 근로자의 자발적 희망과 이익까지 고려하여 근로자가 전적으로 또는 공동으로 부담하여야 할 비용을 사용자가 대신 지출한 것으로 평가되며, 약정 근무 기간 및 상환해야 할 비용이 합리적이고 타당한 범위 내에서 정해져 있는 등 위와 같은 약정으로 인하여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는 계속 근로를 부당하게 강제하는 것으로 평가되지 않는다면, 그러한 약정까지 구 근로 기준법 제27조에 반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08. 10. 23. 선고 2006다37274 판결 등 참조).
(2) 실제 손해가 발생한 경우
구 근로기준법 제24조는 사용자가 근로자와의 사이에서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계약의 체결을 금지하는데 그치는 것이므로 근로자에 대한 신원보증계약은 이에 해당되지 아니한다.
(3) 매각위로금 반환 약정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일정한 금전을 지급하면서 의무근로기간을 설정하고 이를 지키지 못하면 그 전부 또는 일부를 반환받기로 약정한 경우, 의무근로기간의 설정 양상, 반환 대상인 금전의 법적 성격 및 규모·액수, 반환 약정을 체결한 목적이나 경위 등을 종합할 때 그러한 반환 약정이 해당 금전을 지급받은 근로자의 퇴직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그 의사에 반하는 근로의 계속을 부당하게 강요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면, 이는 근로기준법 제20조가 금지하는 약정이라고 보기 어렵다(대법원 2022. 3. 11. 선고 2017다202272 판결).
위 판례에서 사용자는 발행주식 매각을 통한 소속기업집단 변경 과정에서, 주식 매각에 반대하는 근로자들과의 사이에 ‘2015.4.30. 매각위로금을 지급하되, 매각위로금을 받은 직원이 2015.12.31. 이전에 퇴사할 경우 지급받은 매각위로금을 월할(月割)로 계산하여 반납한다’고 약정하였고,(이하 ‘이 사건 약정’). 이 사건 약정에 따라 매각위로금을 지급받은 근로자가 의무근로기간을 채우지 않은 채 퇴사하자 위로금 월할 계산액의 반환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한 사례에서, 위와 같은 근거를 들어 근로기준법 제20조 위반이 아니라고 판시하였습니다.
즉, 근로기준법 제20조 위약 예정 금지 위반인지 여부는 해당 법 규정 취지에 비추어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는 계속 근로를 강제하는지 여부”가 중요한 판단 기준임을 알 수 있습니다.
사용자와 근로자 간의 약정이 근로기준법 제20조 위반할 경우,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며, 사법상 무효가 된다는 사실을 유념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