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관행의 법적 쟁점

  안녕하세요. 우리노무법인 엄지혜 노무사입니다.
  노동관행이란
① 근로조건 및 조합활동 등에 관한 사항이,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또는 근로계약서와 같은 문서에 담겨있지 않았지만 그 사항에 대하여 오랫동안 처리해 온 방법이 있었거나,
② 그 사항이 단체협약 등과 같은 문서에 담겨 있더라도 실제로는 그 문서에 담긴 것과 다른 내용으로 오랫동안 처리되어 왔을 때, 그 처리방법을 뜻합니다.
  이러한 별도의 규정 없이 시행되어 온 노동관행의 법적 구속력을 인정할 수 있는지, 만약 인정된다면 노동관행의 법적 성격은 어떻게 되는 것인지에 관해 알아보겠습니다.

1. 노동관행의 법적 구속력 인정 여부 및 인정 요건

  유동적인 성격을 가진 노동법의 경우, 노동관행이 사회 전반적인 법적 확신에 이르지 않을지라도 특정 노동현장에서 그 구성원들에게 법적 확신을 가지는 경우 법적 구속력이 인정 가능합니다. 다만, 문제는 법적 구속력을 가지는 노동관행으로 인정되는 요건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에 있습니다.

  판례의 경우 “기업의 내부에 존재하는 특정의 관행이 근로계약의 내용을 이루고 있다고 하기 위하여는 그러한 관행이 기업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근로관계를 규율하는 규범적인 사실로서 명확히 승인되거나 기업의 구성원에 의하여 일반적으로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한 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져서 기업 내에서 사실상의 제도로서 확립되어 있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의 규범의식에 의하여 지지되고 있어야 한다(대법 2000다50701, 2002.4.23.).” 판시하여 기업 내부에 존재하는 특정 관행이 근로계약의 내용을 이루고 있는 노동관행으로 인정되기 위한 요건을 밝히고 있습니다.
  

2. 구체적 사례

(1) 노동관행의 법적구속력을 인정한 사례
① 차량운행수당을 매월 계속적·정기적으로 지급하여 온 경우
② 지급을 1회에 한하기로 약정하였다고 하더라도 이후 회사 경영실적 등과 관계없이 정기적·계속적·일률적으로 특별생산격려금을 지급하여 온 경우

(2) 노동관행의 법적구속력을 부정한 사례
① 노동관행에 의한 계열사 간 전적의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근로자가 이를 알고 입사하였고 취업규칙 등에 관련 규정을 두고 있더라도 이것만으로는 전적이 관행으로 확립되어 있다고 인정하기는 부족
② 사용자가 이미 퇴직한 근로자들에게 퇴직 이후 체결된 단체협약에 의한 임금인상분 및 퇴직금 인상분 차액을 추가 지급한 관행

3. 노동관행의 법적 지위

그렇다면 법적 구속력을 가지는 노동관행의 법적 지위에 따라 기존의 관행을 불리하게 변경하기 위한 요건이 달라질 것인지가 문제 됩니다.

(1) 학설 및 판례
  계약설, 규범설, 신뢰책임설 등의 견해대립이 존재하지만, 판례는 구속력을 가지는 관행의 성격이 근로계약인 것처럼 판시하기도 하였으나, 실제 노동관행의 변경 절차에 대한 직접적·명시적인 기준을 제시한 바는 없습니다. 다만, 다수 하급심 판결은 노동관행을 중단시키려면 취업규칙의 변경에 준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판결례][서울고법 2000나8009, 2000.8.10.]
[요지]
  어느 사업체 내에서 근로조건 등과 관련하여 일정한 취급 내지 처리가 노사간에 아무런 이의 없이 오랫동안 반복적으로 행하여짐으로써 그 노사간에 그러한 취급 내지 처리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져 하나의 묵시적 규범으로 인식되어 정착되기에 이르렀다면 그러한 취급 내지 처리는 이른바 노동관행으로서 근로기준법과 단체협약 등에 반하지 아니하고 그러한 취급 내지 처리가 오히려 근로자에게 유리한 근로계약의 내용이 되어 개별근로관계를 규율하는 효력이 있다 할 것이어서, 취업규칙의 변경에 준하여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의 동의를 얻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그러한 노동관행에 반하여 근로자에게 불리한 조치를 취할 수는 없다 할 것이다.

  임금을 소급인상하는 단체협약 체결 전 퇴직자에 대해서도 임금을 추가지급하는 이른바 노동관행이 성립되어 있는 경우 그 관행을 중단하려면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의 동의를 얻는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할 것인데, 그러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면 퇴직자들에게도 임금인상분 차액과 퇴직금 인상분 차액을 지급해야 한다.

(2) 검토
  결론적으로 사업장 내 근로조건을 획일적으로 규율하고 있다는 점에서 계약이 아닌 범규범(취업규칙)적 효력을 가진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입니다. 따라서 노동관행을 불이익하게 변경하기 위해서는 근로기준법 제94조에 따른 취업규칙 변경 절차를 거쳐야 할 것입니다.

[관계법령][근로기준법 제94(규칙의 작성, 변경 절차)]

① 사용자는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에 관하여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다만,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는 그 동의를 받아야 한다.

② 사용자는 제93조에 따라 취업규칙을 신고할 때에는 제1항의 의견을 적은 서면을 첨부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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